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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장

루쉰에 빠진 요즘, 루쉰을 다시 읽다. 『술집에서(在酒楼上)』

by 익독 2020. 11. 9.

 

 

 

 

루쉰 - 술집에서

루쉰 소설 전집

루쉰

출판 : 을유문화사

발매 : 2008.10.20.

⭐️⭐️⭐️⭐️⭐️

www.yes24.com/Product/Goods/3099141

 

루쉰 소설 전집

을유문화사의 새로운 세계문학전집 중 열두 번째 책인 『루쉰 소설 전집』. 평생을 중국 현대문학에 천착해 온 역자가 루쉰 소설의 감동을 되살린 번역본이다. 『루쉰소설전집』은 중국이 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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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그루의 늙은 매화나무가 눈을 이거내고 나무 가득히 꽃을 피워, 마치 한겨울이라는 굿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무너진 정자 옆에는 한 그루 동백나무가 있는데 짙푸른 잎 속에서 10여 송이의 붉은 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마치 눈 속애서 불같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분노와 오만에 차서 제멋에 겨워 먼 곳을 떠도는 떠돌이를 경멸하는 듯 했다. P.267

 

“나는 어렸을 때, 벌이나 파리가 한 곳에 머물러 있다가 무엇에 놀라면 즉각 날아갔다가 한 바퀴 빙 돌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머무는 것을 보고는 정말 우습고 측은하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나 자신이 바로 그 조그만 원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되돌아온 거야. 그런데 뜻밖에 자네도 여기 돌아와 있네그려. 자넨 좀 더 멀리 날 수 없었나?” 
“글쎄, 뭐랄까, 아마 나 역시 조그만 원을 한 바퀴 돈 것에 불가한가봐.” P.270

 

“앞으로?…… 나도 모르겠어. 자넨 우리가 미리 예상했던 일 중에 마음먹었던대로 된 게 하나라도 있나? 난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네. 바로 내일의 일도 모르겠고, 당장 1분 후의 일도……” P. 281

중국 사람들의 계몽을 위해 싸우던 루쉰

 

5.4 운동을 통해 혁명하고 중국인들의 사상을 계몽시키려했던 루쉰은 그의 소설 「납함(呐喊)」에선 《아Q정전》과 《광인일기》등을 써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5.4운동이 끝나갈 무렵 뜨거웠던 청년 지식인들의 마음이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시기에 쓰여진 글이다.

 

그래서 이 《술집에서(在酒楼上)》라는 작품에서는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그러나 무거운 느낌으로 글이 이어진다.

 

일본에 유학을 가서 의학을 공부하던 그는 "슬라이드 사건'으로 인해 의학을 그만두고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중국 사람들을 계몽 시키기 위해, 아니 사실 그보다 더 큰 목적은 당시 중국인들의 계몽보다 성급한 것은 "속죄"였을 것이다.

 

그 속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바로 그 자신, 루쉰 본인을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루쉰은 친구와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지만, 그들의 대화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하는지, 둘 다 갈피를 못잡는 것이었을까?

 

뤼어푸는 그랬을지 몰라도, 루쉰은 사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절망에 반항하고,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

 

낡은 시대의 문을 마지막으로 닫는 사람이 되어, 새로운 세대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

 

그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은 그런 생각으로 밤하늘을 채웠을 것이다.

 

나는 목표를 갖고 살아간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목표는 있는데 무언가 현실의 답답함에 부딪쳐 방황을 하게될 때는 내가 작품 속 뤼어푸의 흐리멍텅하며 깊은 눈빛을 가질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의 살아가며 기로를 맞이하게 되고 그 기로에 서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에 대해 누구는 타협하지않고 누구는 타협을 하고 살아간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미래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구체화해서 목표로 삼고,

 

그것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인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술안주가 아니겠는가?

 

비록 구체적인 당장의 앞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절망에 반항하며 뜨겁게 나아가야지.

 

그래서 루쉰은 아직 가슴이 뜨겁기에 혼자 술을 마실 때 술 맛이 “순정(纯净)”하다고 했을까?

 

나도 내 사랑하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 술 맛 참 “순정(纯净)”했으면 좋겠다.